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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정보/코인뉴스

[칼럼] 바이든 정부는 암호화폐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

암호화폐(가상자산)는 미국에서 늘 분열을 낳는 이슈였다. 하지만 당파적인 이슈는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미국의 블록체인 회의(Congressional Blockchain Caucus)에는 민주당, 공화당 의원들이 균형 있게 참여하고 있다. 또 상원의원이 초안을 작성한 ‘디지털자산 규제 프레임워크 법안’을 비롯해 많은 입법 제안들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규제당국의 잇따른 공격

그러나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잇따른 규제로 이 같은 균형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암호화폐는 정치화하고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 의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여러 목록에 올라 버렸다.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다.

암호화폐의 정치화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케빈 레이놀즈 코인데스크 편집장은 최근 규제당국이 암호화폐를 죽이려 한다는 것에 대한 뉴스룸의 우려를 담은 칼럼을 작성했다. 코인데스크가 특정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힌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번에는 모든 암호화폐 거래를 감시하는 법안에 대해 마크 호스타인 주필과 필자가 공동으로 칼럼을 작성했다.

암호화폐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에 대한 SEC와 CFTC의 집행조치와 조사가 마치 대포 공격처럼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크라켄, 팍소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와중에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당,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같은 영향력 있는 진보주의자들도 암호화폐 업계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녀는 이번 주 재선 캠페인 관련 트윗에서 “반(反) 암호화폐 군대를 건설하고 있다”는 폴리티코 매체의 헤드라인을 자랑스럽게 인용했다. 최근에는 백악관에서 가상자산 산업을 힐난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쪽 업계 사람들로서는 마치 전쟁이 선포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규제당국은 FTX 사태 이후 강경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정치적 의무가 있다는 점과 정치에서 채찍은 늘 유용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다양성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 산업에 뛰어든 상당한 이유는 금융과 디지털 게이트키퍼가 부과하는 각종 경제적 비용과 제약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결코 좌파와 우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쟁은 ‘탈중앙화 vs. 중앙집중화’로 정의할 수 있다.

암호화폐 기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좌파와 연관된 반독점 사상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자유시장 가치에 내재한 보수적 신념에서 동기부여가 됐을 수도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암호화폐 기술의 잠재력은 대개 사회적·재정적 포용 같은 자유주의적 대의, 혹은 권위주의 정권을 우회하는 데 사용하는 것과 관련된다. 선진국에서는 자유시장 혁신의 원동력으로, 혹은 재산권에 자유주의 원칙을 투영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포함하는 사람과 기관의 종류를 고려해보자. 개인 및 기관 트레이더에서부터 유명 벤처 캐피털리스트, 괴짜 컴퓨터 공학자, 금융 엔지니어, 열정적인 인권 운동가, 음악가, 예술가, UN 기구, 우크라이나 전쟁 봉사자, 평화주의자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공급망 관리자, 회계사 등 무척 다양하다. 거의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다양성은 커뮤니티 내에서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오직 돈을 위한 것이며 비트코인이 화폐의 유일한 형태라고 믿는 비트코인 하드머니 이데올로기 지지자, 그리고 세상의 모든 문제에 스마트 컨트랙트와 토크노믹스를 적용하고자 하는 이더리움 지지자 사이에는 끊임없는 갈등이 존재한다.

물론 다양성은 암호화폐의 강점이다. 다양한 배경과 의견, 역량, 경험, 문화적 관점, 사회경제적 지위는 풍부한 아이디어와 토론을 촉진함으로써 크립토 기술의 핵심인 오픈소스 혁신을 가속화한다.

이런 맥락에서 암호화폐 업계의 모두를 그저 돈밖에 모르는, 추악하고 편협한 인간으로 몰아가는 행태는 좀처럼 참을 수 없다. 이것은 무척 게으른 태도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디어 방향키를 쥔 정치인과 규제당국이 정치적으로 편리하다는 이유로 선동적인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흑백 구분을 증폭시킨다는 데 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일부 구성원이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한 대규모 사기를 저지른 것도 사실이다. 또 이런 사기꾼을 신뢰한 사람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러나 크립토 기술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샘 뱅크먼 프리드처럼 행동하거나 그에게 속았다고 가정하는 건 현실을 크게 왜곡하는 것이다.

 

암호화폐도 하나의 기술일 뿐

‘암호화폐’라는 단어는 슬프게도 대중의 머릿속에서 기술이 아닌 사람, 문화, 혹은 산업을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나는 암호화폐를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이데올로기나 라이프스타일 선호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 그저 ‘나는 소프트웨어를 좋아한다,’ ‘나는 항공술에 관심이 많다’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암호화폐’라는 단어는 2017년경부터 빠르게 성장하는 토큰 산업 및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 산업을 지칭하는 약어로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즈음 외부에서 암호화폐 산업을 인식하는 유일한 단어였던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역시 기업용 프라이빗 분산원장의 실패와 연관되며 매우 왜곡된 인식이 퍼졌다.

누구도 딱 집어 ‘암호화폐’를 지칭하진 않았다. 그저 그런 인식이 자연스레 생겨났을 뿐이다. 하지만 비단 암호화폐뿐 아니라 모든 컴퓨팅 보안의 기반이 되는 수학인 암호학을 인정한 것만은 분명했다. 또한 이것은 비트코인 같은 ‘비허가형’ 블록체인만이 의미 있는 탈중앙화를 실현할 수 있으며, 기업 주도의 허가형 블록체인은 중앙집중식 게이트키퍼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혁신이 필요함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는 비허가형 암호화 토큰 기반 거버넌스 구조를 공유하는, 광범위한 프로토콜에서 실행되는 다양한 기술을 설명하는 용어가 됐다. 요컨대, 정치나 도덕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저 하나의 기술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의 비평가들이 과장되고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각종 주장을 펼침으로써 일부 국회의원은 ‘암호화폐’라는 용어 자체를 매우 위험한 것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모두 암호화폐와 연관돼 있다

물론 연방기관은 은행 측에 암호화폐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라고 한 사실에 대해선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각종 지침은 의도된 게 분명하다. 업계에서는 이를 ‘초크 포인트 2.0 작전(Operation Choke Point 2.0)’의 재현이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이 작전은 오바마 정부 당시 총기 판매자나 음란물 제작자 등의 금융 시스템 접근을 제한하도록 은행에 압력을 가했던 비공식 정책을 일컫는다. 은행 감독기관의 공식적인 지침과는 상관없이 은행 측은 잠재 고객에게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경우 가입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암호화폐와 관련 있음’을 정의하는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세계 최대 수탁은행인 BNY멜론은 대규모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씨티그룹은 BNY멜론의 고객사 라인을 모두 폐쇄할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은행들은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와의 거래를 중단할까? 피델리티는 지난 수년간 비트코인 노드를 운영해왔고,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디지털 화폐 이니셔티브에 자금을 지원했다. 또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용 가상자산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프랭클린 탬플턴은 어떤가? 이 기업은 최근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이 문화 쪽 자산과 어떻게 통합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자산 투자 경험을 고객에게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지 탐색 중”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버전 운동화를 위해 대체불가능토큰(NFT) 플랫폼을 출시한 나이키는? 아디다스는? 농구, 야구, 축구 등 미국 3대 스포츠리그는? 아니면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암호화폐는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음에도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 상품 개발 자회사를 설립한 JP모건 체이스는 어떤가?

이 모든 수천수만 개의 기업과 조직은 다양한 방식으로 암호화폐와 관련돼 있다. 이들은 코인베이스, 크라켄, 그리고 파산한 FTX와 비슷한 방식으로 같은 기술을 다루고 있다.

은행가들이 환영하지 않는 암호화폐 활동은 기술적인 고려사항에 전혀 근거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이는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모호한 연관성에 기반한 것이다. 이것은 가상자산 관련 문제가 정치화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거대하고 다양한 글로벌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가상자산 혁신가는 미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 기술은 상관없다. 암호화폐는 국경이 없는 글로벌 기술이다. 따라서 미국이 혁신과 그에 따른 경제적 기회를 놓치는 동안 진취적으로 나서는 다른 국가가 주도권을 잡게될 것이다.

SEC의 적대적 태도에도, 작년에 바이든 대통령이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균형 있는 미래지향적 행정명령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필자는 미국이 이 산업을 주도해 갈 것이라고 믿었다. 1996년 미국은 통신법을 통해 인터넷 규제를 위한 실행 가능한 개방형 표준을 설정했고, 전 세계가 이를 따라 해당 표준은 온라인 세계의 기준이 됐다. 필자는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비슷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 기회는 사라져 버렸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주제의 이 칼럼은,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분석한다.

원문: 최윤영 번역, 선소미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출처 https://www.coindesk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90840